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부터
대부분의 경험들은 막내 개발자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거나,
1인 개발자로 살면서 회사의 모든 IT 적인 ( 랜선 깔고 전화선 깔기도 ) 업무를 해 오거나,
책임감이 과한 나머지 뭔가 나서서 내가 다 해야 직성이 풀려서 내가 선두에서 무언가 일을 도맡아 하거나,
그리고 팀장이 되면서 부터 팀장이라는 책임감에 모든 업무에 관여를 하게 되면서.....
좀 과하게 말하자면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있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는 휴가라는 단어에 생소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휴가는 내라는 지금의 아내이며 그 당시 여친이던 사람은
그렇게 나에게 반 강제 휴가를 쓰게 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오전 내내 카페에서 멍을 때리거나 영화를 하나 보고,
내가 좋아하는 무작정 걸으면서 사진 찍기를 하면서도
항상 내 곁에 있는 핸드폰에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업체와의 연락을 취하며,
오류 메시지를 확인해서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고,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기다리면서 하루를 보냈다.
오류라도 날라치면 언제든지 택시를 타고 회사 서버실로 달려가거나 IDC 로 달려가야 했고,
그렇게 날을 새거나 하루 이틀을 집에 못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해외 여행을 가서도 먼저하는 일은 유심을 개통해서 이메일 체크를 하고 카톡을 연결하는게 가장 우선적이였고,
점점 시간이 갈수록 내가 해외 여행을 가도 어떻게든 회사는 돌아간다는 걸 알게 된 후로도 이 걱정들은 계속 되어 왔다.
어찌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회사에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인데 나만 착각하고 살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프로젝트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라 죽을 서버도 없고, 오류날 소스코드도 없는 상황에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큰 기업이다보니 6시에 칼 같이 컴퓨터가 꺼지고
( 물론 10분 유예시간에 신청을 하게 되면 더 사용은 가능 하지만. )
그렇게 어색하리만치 아무일도 안 일어나는 퇴근길을 맞이하게 된다.
간간히 울리는 문자 메시지는 나랑 상관이 없는 카드사, 은행권의 작업 문자들이고,
( 결제사 상태 파악을 위해서 송신 중단 요청을 하진 않았다. )
회사와 가정이 철저히 분리되어 버린 세상에서 몇달을 지내고 있다.
아이들과 놀면서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카톡을 해야해서 아이들의 칭얼거림과 내 허벅지를 안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떨쳐내고
다른 방으로 도망가지 않아도 된다.
오로지 아이들에게 집중하다가 하루를 마무리 하고 다시금 내일을 준비한다.
지금이 오히려 내일을 생각하게 되면 더 심리적인 부담이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그건 내일의 일이고, 오늘은 오늘이다.
프로젝트가 오픈되고,
죽을수 있는 서버들이 생기고 오류가 발생할만한 소스코드들이 다시 내 세상에 그런 코드가 들어오게 되면
이 삶은 다시 원 상태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 때는 서버들이 죽지 않을 것이고 소스코드는 좀 더 오류를 적게 뱉으리라 기대하면서..
이 삶이 계속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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